스마트폰

(아이폰 SE3 리뷰) 진짜 가성비 아이폰 인가?

✦ 스케처 ✦ 2023. 3. 21. 19:09

안녕하세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성비 제품을 만날 때 기분이 더 좋아지는 스케처입니다. 애플? 하면 비싸! 가 절로 떠오를 만큼 경쟁사/경쟁제품 대비 가격이 높은 애플이지만, 그런 애플에게도 가성비 기기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이폰 SE 3세대입니다. 

- 아이폰 SE 3세대 사양표 -

이미 아이폰 14 시리즈가 출시되어 잘 팔리고 있고, 심지어 몇 개월 뒤인 2023년 9월에는 아이폰 15 시리즈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출시된 지 1년이 넘은 중저가형 아이폰 SE3를 쳐다볼 필요가 있는가?라고 가볍게 넘기기엔 한 가지가 턱! 하고 걸립니다. 아이폰 SE3에 탑재된 AP가 A15-Bionic라는 점입니다.

AP(Application processor)는 기기가 동작하고 앱을 구동하기 위한 중앙처리 장치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자동차로 따지면 가장 중요한 엔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아이폰 SE3에 탑재된 AP가 아이폰 14에 탑재된 AP와 동일합니다! 물론 AP 외에는 램도 다르고 (SE3 4G vs 14 6G) 모든 항목이 꽤 차이가 나지만, 성능만 놓고 보면 아이폰 SE3와 아이폰 14는 거의 비슷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아이폰 14와 성능은 거의 비슷하지만 가격은 반값인 아이폰 SE3. 진짜 가뭄에 콩이 나서 애플이 소비자에게 은혜를 베풀어주는 제품일까요? 항목별로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폰 SE3 디자인

- (좌) 아이폰 SE3 // (우) SE3 - SE2 - 아이폰8 -

애플의 디자인 우려먹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놀랄 일은 아닙니다. 심지어 메인 고가 제품인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도 이전 모델과 같은 하우징을 쓰는 판국이라 보급형이 아이폰 SE3가 이전 모델과 디자인이 똑같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상황을 알고 있어도 아이폰 SE3의 디자인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습니다. 아이폰 8이 2017년에 출시되었는데, 똑같은 디자인을 5년 넘게 똑같이 출시할 수 있는 건 애플이 유일합니다. 같은 프레임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단가를 낮춰 보급형을 낼 수 있는 거다!라는 것이 애플 측의 주요 항변이지만, 그보다는 돈을 덜 쓰는 소비자에게 투자할 생각은 없다고 느껴집니다.

심정적으로 괘씸한 점과는 별개로 디자인 자체는 훌륭한 편입니다. 한때 애플 플래그십 폰의 디자인이었던 만큼, 깔끔하면서 군더더기가 없어 2023년인 지금 봐도 촌스럽거나 뒤떨어지는 인상은 없습니다. 후면의 애플 마크가 오랜만에 클래식한 아이폰 감성을 살려주는 점도 좋습니다. 최근 나온 정상적인 제품 중에 가장 얇고 가벼운 폰이기 때문에 한 손 사용자에게는 매우 이상적인 크기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반짝이는 사과 마크가 없었다면?)


아이폰 SE3 성능

- 아이폰 SE3 vs 아이폰 14 벤치마크 비교 -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아이폰 14와 동일한 AP가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CPU 성능을 주요로 테스트하는 긱벤치 스코어는 아이폰 14와 거의 동일한 성능을 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GPU는 아이폰 SE3가 4 core인 반면 아이폰 14는 5 core가 탑재되었지만 그래픽성능을 중점으로 평가하는 3D Mark Wild Life Extreme 테스트에서 아주 근소한 차이만 확인됩니다.

물론 벤치마크 스코어가 성능을 온연하게 반영하는 지표는 아닙니다만, 애플은 최적화도 매우 훌륭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능은 2023년 현재 시점으로도 최상급이라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SNS, 웹 브라우징, OTT 같은 일상적인 사용은 물론이고 원신 같은 고사양 게임도 아주 쾌적하게 구동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사후 업데이트가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 중 가장 긴 점까지 생각하면 아이폰 SE3는 향후 5년 이상 성능으로 이슈가 되는 일은 없다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훗)


아이폰 SE3 화면

- 아이폰 SE 3세대     //     (좌) 아이폰 13 미니 vs (우) 아이폰 SE3 -

아이폰 SE3의 디스플레이는 4.7인치의 HD급 해상도입니다. 요즘 세상에 HD가 웬 말이냐! 하고 화들짝 놀라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막상 사용해 보면 해상도는 생각보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구세대 패널이긴 하지만 품질 자체는 좋은 편이라 색감도 좋은 편이고 화면 크기가 작기 때문에 해상도가 낮아서 픽셀이 튀어서 눈에 거슬리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화면 크기입니다. 정확하게는 믿을 수 없는 상하단의 광활한 베젤입니다. 갤럭시는 2016년 갤럭시 S8부터 베젤 비율이 10% 내외의 풀스크린 제품을 내고 있으며, 아이폰도 2017년 X부터 (노치가 달려있긴 하지만) 베젤 비율이 10% 초중반대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폰 SE3의 베젤 비율은 무려 35%입니다. 전면 중에 화면이 65% 밖에 안된다는 소리입니다. 

최근 출시된 제품 중 베젤이 이렇게 크게 차지하는 스마트폰은 중국/인도 저가형 제품을 포함해도 아이폰 SE3가 유일합니다. 화면이 작기 때문에 원신같이 정보량이 많고 화면을 터치해야 하는 게임을 즐기기에는 (가능 하지만) 적합하진 않습니다. 그나마 유튜브 권장 영상비율이 16:9이기 때문에 아이폰 SE3의 화면에 딱 들어맞아 화면손실이 없이 볼 수 있는 점은 다행입니다. 더불어 당연히 가변형 120Hz 고주사율은 적용되어 있지 않습니다. (백만 원이 훌쩍 넘는 아이폰 14도 안 들어갔는데 어딜 감히)


아이폰 SE3 카메라

- 아이폰 SE3의 1200만 화소 싱글 카메라 -

아이폰은 처음 출시될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최고 레벨의 안정적인 카메라 성능을 보여왔습니다. 아이폰 SE3의 카메라도 2016년 기준으로는 최상급의 촬영 성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아니 출시 당시인 2022년 시점으로도 훌륭한 카메라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단순히 싱글카메라가 탑재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싱글카메라(및 이미지 센서)가 너무 뒤떨어진 부품을 넣어줬기 때문입니다. 

충격적 이게도 아이폰 SE3의 이미지 센서는 2016년 아이폰 8과 같은 세대/크기의 센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강력한 A15-bionic 프로세서(ISP)와 애플의 딥퓨전이 여러 가지 재밌는 카메라 기능(필터, 사후 보정 등)을 지원하고 있어 밝은 주광에서는 꽤 준수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5~6년 전 아이폰 8과 똑같은 카메라 모듈을 S/W만으로 성능을 향상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합니다. 다만 애초부터 보급형 제품인 만큼 간단한 SNS용 사진정도가 카메라 사용의 주목적이라면 큰 이슈는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스피커도 아이폰 8과 동일한 모듈이 탑재되었기 때문에 크게 평할 내용은 없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워낙 미디어에 공을 들이는 회사인 만큼 아이폰 8은 출시 시점(2016년)에는 상당히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현재 기준으로도 꽤 괜찮은 스테레오 스피커라 할 수 있으며,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제품과 비교하면 밀리지 않거나 우세한 편이라 하겠습니다.


아이폰 SE3 배터리

- 2천미리 암페어의 아이폰 SE3 배터리 -

그나마 아이폰 SE3가 아이폰 8/SE2보다 물리적으로 개선된 점은 배터리입니다. 용량이 10% 정도 증가했습니다;;;  (1821 mA ► 2018 mAh로...) 요즘 세상에 2천이 웬 말이냐 싶겠지만, 그 어려운걸 애플은 또 해냅니다. 그나마 아이폰의 전력관리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원래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 안 하거나 카톡, 간단한 웹서핑, 잠깐 유튜브 등 잠깐잠깐 폰을 이용하시는 분이라면 하루를 사용하는데 큰 무리는 없습니다. (어떤 폰이던 그렇게 쓰면...)

다만 3D 그래픽 작업이 구동되는 게임이나, 네트워크 호출이 잦은 웹툰 등을 조금 실행하게 되면 배터리가 실시간으로 녹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사용에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20W지만 고속충전을 지원하고 용량이 적어서 충전 속도가 꽤 빠른 점은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무선충전은 가능하지만 맥세이프는 지원하지 않아서, 굳이 맥세이프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케이스 액세서리를 활용해야 합니다. 다만 맥세이프 최대 충전속도(15W)는 지원하지 못하고 아이폰 SE3의 충전속도(최대 7.5W)에 한정되므로 굳이 이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아이폰 SE3의 가치

- 아이폰 SE3는 가성비 아이폰인가? -

물론 제조사 집장에서 제조 공정을 동일하게 장기간 유지하면 (판형 재활용, 기존 부품 소진 등) 생산단가가 낮아져 수익률도 높아지고, 그에 따라 소비자가를 낮추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 덕분에 아이폰 SE 시리즈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출시되는 건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약간의 노력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똑같은 디자인이라 지루한데 아이폰 8 , 아이폰 SE2, 아이폰 SE3는 화이트/블랙/레드 색상까지 동일합니다.  레드 대신 아이폰 14의 옅은 퍼플이나 블루 같은 색상은 하나라도 넣어줬다면 조금이라도 신제품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아이폰 SE3 AP가 최상급의 프로세서인 점은 큰 장점이지만 그렇다고 그 장점(성능)을 목적으로 아이폰 14나 13프로 대신 가성비로 산다.라고 접근하시면 곤란합니다. 고사양 게임이던 고성능 동영상 작업이던 가능은 하지만 화면이 작고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기 때문에 상당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카메라도 기본형 모듈에 가깝기 때문에 고사양 촬영도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즉, 아이폰 SE3 기기로는 A15-Bionic의 성능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폰 SE3의 사실상 (A15-Bionic) 유일한 장점이 별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 하면 그건 당연히 아닙니다. 애초부터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지 않은 고객이라면, 버벅거림 없는 쾌적하고 빠른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최상급의 AP에 아이폰기준으로 꽤 넉넉하게 넣어준 램(4G) 덕분에 iOS 업데이트를 상당히 오랫동안 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 기기들의 iOS 업데이트 지원중단 사유는 램) 더불어 AP의 성능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향후에 출시될 신기한/새로운 앱들도 성능 때문에 못쓰는 일은 몇 년 이내에는 발생하지 않는다 단언할 수 있습니다.

- 좋았던 가성비가 가격 인상으로 아쉬움 -

요약하자면 아이폰 13~14가 사고 싶지만 너무 비싸서 아이폰 SE3를 가성비 목적으로 구매한다면 대부분 후회합니다. AP 성능만 비슷할 뿐 다른 모든 점들은 기대하던 아이폰과 상당히 격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목적이라면 차라리 아이폰 11~12를 사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AP 성능만 아이폰 SE3보다 2~30% 낮을 뿐, 디자인/화면(크기)/배터리/카메라 등 다른 모든 점에서 아이폰 SE3를 압도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스마트폰을 열심히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 직업, 개인적 성향 등의 사유로 전화, 문자, 카톡, 인터넷, SNS, 금융앱, 간단한 퍼즐게임 정도만 잠깐잠깐 사용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영상시청, 게임, 촬영 등을 거의 하지 않고, 스마트폰이 필요하다기보다 폰이 필요하신 분들이지요. 그런 분들에게는 작고, 매우 가볍고, 무엇을 해도 빠르고, 5년 이상 업데이트가 되는 아이폰 SE3 보다 좋은 선택지가 있을까요? 고민해 봐도 전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한 표현이지만 아이폰 SE3는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지 않는 분들을 위한 최고의 스마트폰입니다. 조금 더 좁히면 스마트폰보다는 폰이 필요하신 분에게 최적의 옵션입니다. 특히나 해킹 범죄가 늘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보안이 뛰어난 보급형 아이폰은 많이 안 팔리더라도 명맥이 끊기지 않고 출시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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